본문 바로가기

재미있는 역사

암살 당한 조선시대 4명의 왕

 

 

조선 왕조 500년 시간 동안 27명의 왕이 있었다

그들 중 천수를 모두 누린 행복한 왕이 있었던 반면 그렇지 못한 왕들도 있었다

특히 의문스런 죽음으로 인해 꾸준히 타살설이 제기 되는 4명의 조선시대 왕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해보자

1. 경종

그의 어머니 였던 장희빈이 아버지 숙종에게 죽임을 당했을 당시 경종의 나이는 겨우 9살이었다. 이 어린 왕세자는 불행히도 어머니만 잃었던게 아니었다. 장희빈과 자신의 정치적 기반 이었던 남인들 마저 모두 제거되었기 때문이었다. 숙종 사망 후 왕위에 오른 그 당시에도 여전히 그는 혼자였다.

 

그 시절 그를 위협했던 세력은 노론과 이복동생 연잉군 이었다. 노론 중신들은 경종이 즉위하자 마자 그를 견제하며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에게는 이미 연산군이라는 뼈아픈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론은 아들이 없었던 경종의 뒤를 연잉군으로 후사로 삼으라는 주청을 하게 된다. 말이 주청이지 칼만 안 든 협박이자 역모였던 셈이다. 이에 위협을 느낀 경종은 노론 중신들을 경질 시키고 소론 이었던 김일경 등을 중앙 정치에 전면 배치시킨다.

두 정파의 갈등이 고조 되고 있었을 때 경종 살인 미수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노론의 편에 서있었던 풍수가 출신 목호룡의 발고로 왕의 독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게 된 것이다. 노론의 중신 4명과 자제들이 작당하여 경종을 암살하려 했다는 것이 역모의 전모였었다. 그들의 역할까지 세세히 다 나올 정도로 그 내용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실제로 경종이 수라를 먹고 피를 토했던 사건이 발생 했던 터라 발고는 기정사실화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이 바로 노론의 중신과 측근들이 대규모로 참수 당했던 신임옥사이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노론이 밀어 붙였던 연잉군은 절벽 끝까지 몰리게 된다. 하지만 벼랑 끝 위기의 연잉군에게 한줄기 빛이 비춘다.

 

1차 독살 사건의 여파인지 경종은 즉위 후부터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

그러던 어느 날 경종이 저녁 수라로 게장과 생감을 먹게 되는데 바로 그 다음 날 심한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며 긴급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게장과 생감을 올린 게 바로 연잉군 이었던 것이다. 특히, 게장과 생감은 상극의 음식으로 환자에게 절대 같이 줘서는 안 될 조합이었다.

 

그런데 더 치명적인 사건이 3일 후 벌어지게 된다. 1724824일 왕의 처소에서 연잉군과 경종의 어의였던 이공윤의 설전이 벌어진다. 이공윤은 인삼 약재를 쓰지 말고 본인의 처방약을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잉군은 어의를 보며 꾸짖으며 얘기한다.

내가 비록 의약을 잘 모르나 인삼과 부자가 양기를 돋우는데 좋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인삼과 부자는 치명적인 환자에게 써야 하는 최후의 극약 처방이었다. 의학을 몰랐던 연잉군이 주장 하기엔 너무나 전문적이고 극단적인 처방 방법이었던 것이다. 너무 강경한 연잉군의 주장에 이공윤은 인삼과 부자를 쓰게 되고 다음날 경종은 사망하고 만다.

영조 어진

 

바로 왕위에 오른 연잉군 영조는 경종의 사망과 관련하여 그가 죽을때까지 그를 괴롭히게 된다. 한마디로 kingSlayer(왕시해자)라는 것이었다. 경종 죽음의 책임을 묻는 소론의 거센 반발과 민심 이반은 재위 기간 내내 끝나지 않았다. 영조는 본인이 경종을 독살 하지 않았다는 [천의소감]이라는 책을 직접 쓸 정도로 무죄를 주장했으나 민심은 그러하지 못했던 것이다.

과연 영조는 경종을 독살하고 왕위에 오른 kingSlayer였을까 ?

 

2. 효종

청룡언월도를 휘두를 만큼의 강골이었던 효종에게 어느 날 귀 밑에 난 작은 종기가 얼굴에 독이 번져 심하게 붓게 된다. 이에 지병으로 고향에 내려가 있던 어의 신가귀를 급히 불러 오게 된다. 그는 첫 처치로 효종의 얼굴에 침을 놓아 붓기를 막고자 했다

 

하지만 침을 놓았던 상처에서 피고름이 나온 후 곧이어 검붉은 피가 솟구치게 된다. 수전증이 있었던 신가귀가 혈을 잘못 건드린 것이었다. 결국 효종은 유언 한마디 없이 허망하게 과출혈로 사망하게 된다. 효종의 죽음은 어의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한 사고사로 기록된다. 하지만 사고사로 가장한 암살설 또한 팽팽하게 맞선다

수전증이 있었던 신가귀를 다른 침선 어의가 있었음에도 밀어 붙였다는 점과 절차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침술에 대해 너무 허술하게 진행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왕을 죽게 한 신가귀에 대한 처벌 문제에서도 논란이 남아 있다. 왕을 죽게 한 그의 당연했던 처벌이 대신들의 상당한 반대 속에 미루어 지다 늦게 실행 되었기 때문이다.

 

효종은 북벌론을 주장하며 두 번의 호란으로 무너진 왕권을 강화하고자 했던 개혁 군주였었다. 이 과정에서 남인과 서인은 물론 지방의 사림 학자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몇 십 년의 전쟁 동안 피폐해진 국가를 살려야 한다는 실리와 명분의 싸움이었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효종의 편에 있었던 신권은 없었다는 것이다. 너무나 황망했던 효종의 죽음과 정치적 상황이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 진 것은 우연이었을까?

 

3. 정조

정조 어진

 

정조 만큼 암살설이 많은 왕 역시 흔치 않다. 현재 사학자들의 다수설은 암살이 아닌 자연사로 굳어지고 있지만 정조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보면 수긍하기 쉽지는 않은게 사실이다. 정순왕후로 대표되는 노론의 견제 속에 어린 정조는 언제나 자신이 암살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평생을 살아 왔었다. 정조 암살을 다룬 영화 [역린]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조가 암살 당했다는 추론은 2권의 책 내용 때문이다.

영화 역린

 

정조행장의 책에서는 정조의 마지막을 함께 한 사람은 정순왕후가 유일하다고 나온다. 내전의 모든 신하와 내시를 거둔 가운데 정순왕후만이 왕의 최후를 같이 했다는 것이다. 다른 책인 정조실록에서는 정순왕후가 내린 마지막 탕약을 먹고 정조가 사망 했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왕이 죽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이 정순왕후의 거처였던 수정전을 가르키는 3글자 였다.

 

이러한 독살설은 정약용의 [여유당전서]에도 언급 되어 있다. 하지만 독살이 아니라는 반대의 입장도 팽팽하다. 원래 몸이 안 좋았던 정조가 부족한 수면 시간과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과로사로 죽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주장은 평소 약해진 정조의 몸에 종기가 심해져 부종 등의 합볍증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정조 사망 후 노론과 정순왕후는 그의 모든 개혁적 업적을 지워 버린다. 세도 정치라는 망국의 시작이 정조의 죽음과 정확히 맞물린다. 이러한 위정자들의 탐욕과 정조 타살설이 너무나 닮아 있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4. 고종

1919121일 고종은 시녀가 준 식혜를 마시고 잠이 든 후 심한 경련을 일으키다 승하한다. 68세의 고령임에도 건강 하였던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조선 전역을 들끓게 하였다. 왜냐하면 염습을 지켜 봤던 사람들의 증언이 나오고부터 암살설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시체는 검게 변색이 되었으며 이빨이 다 빠진 상태에 혀 역시 녹아 없어졌다는 것이다.전형적인 독살 된 시체에서 보인 사후 증거였다.

선글라스를 끼고 행렬하는 고종

 

일본이 발표한 뇌일혈로 인한 사망 원인과는 전혀 다른 의학적 증거인 셈이다. 그리고 식혜를 주었다는 2명의 시녀가 한 달 사이 모두 사망을 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소름 끼치는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셈이다. 또한 고종 시해의 대한 기록이 그 당시 일본 장관 이었던 구라토미 유자부로 일기에서도 발견된다. 일본이 제안한 어떤 내용에 고종이 거부하자 이를 숨기고자 친일파였던 윤덕영과 민병석을 시켜 독살 했다는 내용이었다. 공식적으로 독살로 인정 받지 못한 고종의 사망이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총독부

 

 

역사에 나오는 인물의 의문스러운 죽음은 그 누구도 단정짓지 못한다.

역사책 이라는 것도 결국 쓴 사람의 직관과 의도라는 주관적 의견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트퍼 놀란 감독이 2000년도에 만든 [메멘토]라는 영화가 있다.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을 조작한다. 실제 있었던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역사를 믿고 싶은대로 믿고 싶은건 아닐까?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믿고 싶은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영화 메멘토

 



Calendar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Visits
Today
Yesterday